그녀와의 초장거리 연애썰 41편. 최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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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의 현실
나는 미국에서
새롭게 출발하기로 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미국에서라면 기회가 많겠지.’
그렇게 막연하게 생각했지만,
취업의 문턱은 생각보다 훨씬 높았다.
로렌이 도움을 주려고 했다.
그녀는 정부기관에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여러 경로로 내 취업을 알아봐 줬다.
하지만 문제는 국적이었다.
"Sorry, but this position is only open to U.S. citizens."
(죄송하지만, 이 직책은 미국 시민권자만 지원 가능합니다.)
이 말이 얼마나 반복됐는지 모른다.
아무리 영주권을 받았다고 해도,
연방정부 기관은 미국 국적이 필수였다.
로렌이 주선해준 일자리는
애초에 내가 지원조차 할 수 없는 곳이었다.
나는 허탈하게 로렌을 바라봤다.
"Lauren, I don’t think this is going to work."
(로렌, 이건 안 될 것 같아.)
그녀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I really thought they might consider you…"
(그래도 혹시 가능할 줄 알았는데…)
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It’s not your fault. This is just how it is."
(네 잘못이 아니야. 그냥 원래 이런 거지.)
그렇다. 이게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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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장벽
나는 영어를 꽤 잘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미국에서 살면서 느낀 건,
‘잘하는 것’과 ‘원어민처럼 쓰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었다.
억양, 표현, 문화적 뉘앙스. 모든 것이 달랐다.
특히, 전화로 영어를 들을 때는 진짜 멘붕이 왔다.
"Hey, you need to fill out Form 1099, and for that, you’ll have to submit a W-4 and an I-9. Also, don’t forget to update your EIN through the IRS system. Got it?"
(1099 서류 작성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W-4랑 I-9도 같이 제출해야 하고, EIN도 IRS 시스템에서 갱신해야 합니다. 이해되셨죠?)
‘…뭐? W-뭐? I-9가 뭐라고?’
나는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알아들을 수 없었다.
"Uh… could you repeat that?"
(어… 다시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그러면 상대방은 한숨을 쉬거나,
더 빠른 속도로 다시 말하곤 했다.
로렌이 볼 때마다
안타까워하면서도 웃곤 했다.
"It’s funny seeing you struggle with English for once."
(네가 영어 때문에 고생하는 걸 보니까 좀 웃긴데?)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Yeah, yeah, laugh all you want."
(그래, 그래. 실컷 웃어라.)
로렌은 내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You’ll get used to it. Just don’t be too hard on yourself."
(곧 익숙해질 거야. 너무 자책하지 마.)
하지만
미국에서 ‘익숙해진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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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를 위해 뭐라도 해야 했다
나는 로렌에게 ‘어떤 일이든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로렌이 내게 말했다.
"Then let’s start with something simple. I heard there’s a cleaning job available at my friend’s workplace."
(그럼 간단한 일부터 시작해보자. 내 친구 직장에서 청소 일자리가 있다는데?)
나는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Alright. Work is work."
(그래. 일은 일이니까.)
그렇게 나는 청소일부터 시작했다.
하루 종일 바닥을 닦고,
쓰레기를 비우고,
화장실을 청소했다.
솔직히 말하면, 쉽지 않았다.
체력적으로 힘든 건 둘째치고,
내가 나름대로 공무원을 했던 사람이란 걸 생각하면
자존심이 상했다.
하지만 나는 견뎠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오면
로렌이 기다리고 있었다.
"How was your day?"
(오늘 하루 어땠어?)
나는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
"It was tough. But it’s a start."
(힘들었어. 그래도 시작이니까.)
로렌은 미소를 지으며 내 어깨를 주물러줬다.
"And I’m proud of you for that."
(그래도 난 네가 자랑스러워.)
나는 그 말을 듣고 힘겹게 웃었다.
‘그래, 그래도 버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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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소한 행복
어떤 날은 힘들었고, 어떤 날은 속상했다.
하지만 로렌은 내색하지 않았다.
그녀는 늘 내 곁에서 변함없이 웃어줬고, 나를 믿어줬다.
"It's okay, I know you'll do great."
(괜찮아, 나는 네가 잘 해낼 거라는 걸 알아.)
그녀의 그 한마디가, 내 모든 불안을 덮어줬다.
퇴근 후, 우리는 함께 저녁을 먹고 TV를 봤다.
때로는 소파에 누워
넷플릭스 영화를 같이 보기도 했고,
가끔은 EPL 축구 경기를 틀어놓고
로렌이 나보다 더 열정적으로 소리를 지르곤 했다.
"Come on! That was a foul!"
(저거 파울이잖아!)
나는 웃으며 말했다.
"Didn’t know you were such a hardcore fan."
(너 이렇게 열혈 팬인 줄 몰랐는데.)
로렌은 내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Well, you should’ve known by now."
(이제쯤은 알 때도 됐지.)
그녀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소중했다.
우리는 거창한 인생을 살고 있지는 않았다.
내가 CEO가 된 것도 아니었고,
엄청난 성공을 이룬 것도 아니었다.
그저, 서로를 믿으며, 함께 살아가는 것.
그게 우리가 선택한 삶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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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삶이든, 함께라면 충분했다."
"No regret."
(후회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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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끝까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처음에는 그냥 군대 이야기 몇 편 정도만 써볼까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로렌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고,
군대 이야기로 10편 정도만 적을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길어지고,
또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실 줄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도 오랜 기억들을 정리하며,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