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다물었으면 남았을까? 참다참다 저는 진실 말하고 잘렸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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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마케팅 대행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며 겪은 일입니다.
저는 11년 차 디자이너입니다.
감정은 최대한 배제하고 적겠습니다.
판단은 보배형님들께 맡기겠습니다.
입사한 지 열흘도 안 되어 기존 팀장님이 퇴사하셨고,
그로부터 며칠 후 새 팀장님이 부임하셨습니다.
저보다 10살 위셨고, 처음엔 새로 오신 분이라 도와드렸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저를 하대하고 막말까지 하기 시작했습니다.
[팀장의 실체]
1. 외장하드 C타입과 일반 USB 포트 구분도 못 함
2. 컴퓨터나 노트북 종료 버튼이 어딨는지도 몰라 꺼달라고 하질 않나,
핸드폰 기본 기능인 이모지 입력도 몰라 매번 물어보셨습니다.
(인스타나 틱톡 글 올릴 때 꼭 필요한 기능인데도요.)
3. 구글크롬 활용법 알려드리자 “나이 50 먹어봐. 네이버 말고 아는 거 없어!”라며 언성 높임
4. 기획, 디자인, 콘텐츠 방향까지 전부 저에게 넘긴 채
자료 하나 없이 “그냥 해봐”, “느낌만 살려봐” 같은 말만 반복하셨습니다.
5. 식사 중엔 떨어진 반찬 더 떠오라고 지시
6. 호칭은 직급 대신 “누구 씨”라 하더니, 나중엔 “또라이”라고 부르기 시작함
7. 자녀 학원 프린트, 온라인 쇼핑, 개인 비품 주문 등 사적인 일도 시키셨습니다.
새 팀장님이 오자마자, 기존 팀장이 하던 일까지 전부 저한테 넘어왔습니다.
직원 계정, 관리자 계정이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리자 권한까지 넘기며 모든 SNS 업로드를 제게 떠넘겼습니다.
“이건 기존 팀장님이 하시던 업무입니다”라고 말씀드렸는데도
“이런 건 아래 사람이 하는 일”이라며 그냥 무시하셨습니다.
매일같이 과거 회사 얘기만 반복하시고, 본인 업무까지 대신 처리해줘도 고맙단 말 한마디 없었습니다.
[6월 12일 목요일]
팀장님이 점심시간에 “얘기 좀 하자”고 하셔서 밥 먹는 중에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 자리에서 갈등이 생겼고, 저는 녹음을 시작했습니다.
※ 참고로 과거 직장에서 거짓말하는 클라이언트 때문에 통화 녹음이 습관처럼 자리 잡은 상태였습니다.
그날도 저 자신을 보호하려 녹음한 겁니다. 그 뒤로 이사님과 면담했고, 녹음 내용을 이사님께만 들려드렸습니다.
※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에 따라 본인 포함된 대화는 불법 녹음이 아닙니다.
※ 외부 유포 없었고, 공익과 해명 목적으로만 사용됐습니다.
저는 말주변이 없고, 말을 잘못하면 오히려 더 오해받을까 봐 있는 그대로 판단받고 싶어서 녹음을 제시한 겁니다.
팀장이 실제로 잘못한 부분은 많은데, 회사에선 그런 건 전혀 언급 없이 녹음했다는 사실만 문제 삼더군요.
그날 오후 이 일이 문제가 생겨서 팀장님과 저는 각각 두 번씩 면담을 진행하게 되었으며,
회사에서는 팀장님 편에 서서 제가 팀장님께 사과를 해서 팀장님이 절 받아들여야 같이 근무하고,
아니면 전 나가야 된다고 하셨습니다.
[6월 13일 금요일]
출근하자마자 팀장님께 사과드렸지만, 돌아온 말은 “녹음한 부분이 무섭다. 같이 일 못 하겠다”였고,
사과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금요일 오후에 이사님이 최종적으로 어찌하고 싶냐고 물어보셔서 전 그만두고 싶지 않다고 말씀을 드렸고,
이사님은 사장님과 한번 더 이야기 해본다는 식으로 말씀하시며, 연차라 17일 화요일에 보자고 하셨습니다.
[6월 14일 토요일]
아무 말 없이 회사는 구직사이트에 채용공고를 올렸습니다.
저는 해당 회사를 ‘관심기업’ 등록해뒀기에 구직 알림으로 알게 됐습니다.
이미 저는 교체 대상이 되어 있었던 겁니다.
[6월 17일 화요일]
이사님이 사직서를 내밀며 서명하라고 하셨고, 저는 권고사직으로 처리해달라고 요청드렸지만 “수습기간에는 권고사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근로기준법을 이유로 거절하셨습니다. 저는 잘 모르는 상태에서 결국 사직서에 서명했고, 이후 쉬는 시간에 고용노동부에 전화해 확인해보니, 버티면 해고로 처리받을 수 있었지만 이미 서명한 이상 동의로 간주된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부당한 일 당해도 말 한마디 하기 어려운 게 직장입니다.
녹음까지 있었지만 아무도 제 편은 아니었습니다. 그게 제일 씁쓸했습니다.
비슷한 상황 겪는 분들, 꼭 자기 보호 하시길 바랍니다.
직장 다니면서 이렇게까지 잘려본 건 처음이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는데, 결국 이렇게 끝나더군요.
사직서에 서명한 뒤, 이사님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살다 보면 억울한 일은 생기게 돼. 그게 사회야.”
그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이 회사, 잡플래닛에 단 한 줄도 없길래 믿고 갔습니다.
그게 이렇게 큰 착각일 줄은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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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CE님의 댓글
최소한의 자기 방어로 증거를 남기려고 녹취하는데
퇴사 권고를 할 것 같다는 고용주가 보배에도 있네요.
헬렌카민스키님,
억울한 마음은 생각 보다 상처가 깊은 일이에요.
그 마음 잘 풀어내셔서 다음 직장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지 않으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또라이 라고 불렀던 그 팀장은 자기 찌질함을
이미 알고 있기에 타인을 비하하고 권력으로 윽박지르며
바닥에 있는 자존감을 어떻게든 채우려고 했을 것 같아요.
불쌍한거에요.
그러니 당신의 시간과 마음을 당신을 아끼고
풍요롭게 하는 일들로 채우며 한 걸음 나아가세요.
아직도 젊은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