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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자식을 하늘나라로 보낼 때의 차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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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모

  장인께서 뇌출혈이 2번씩이나 오고 암 판정도 받으셔서 가족 중 어느 누구도 모시지 않으려고 했고, 이건 도리가 아닌 듯해 막내인 저희가 12년간 모셨습니다. 그날도 암 말기이긴 했지만, 일상적인 생활이 되기에 아버님 잘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인사드린 후 출근했는데 11시쯤 소천하셨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사위인 제가 장례에 할 일은 별로 없었습니다. 아픈 아버지를 내팽개친 처남 내외가 마지막 도리를 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슬픔은 함께한 우리의 몫이었지만 정작 이별은 우리와 할 수 없었습니다.

 

  집사람이 집에 와서 보면 힘들어할까 봐 사진 등 몇 가지만 남겨두고 사용했던 모든 것들을 폐기 및 소각했습니다. 장인이 처음 오셔서 큰아들 태훈이 방을 사용하셨기에 예전처럼 아들 방으로 모두 바꾸어 놨습니다. 12년 전 우리 집에 모셨을 때 아들보다는 부모가 우선이기에 아들 방을 비워 어른을 모셨습니다.

  그렇게 부모는 돌아가신 후 사용했던 물건을 모두 폐기하거나 소각하는 등 잊으려고 했고 몇 달 만에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자식으로서 아프신 동안에 곧 있을 이별을 준비해야했기에 모심에 있어 허투루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인지 최선을 다했다고 마음을 달랬고 보내고서도 사실 큰 아픔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2. 자식

  해군 조종사인 큰아들 태훈이는 529일 그냥 사고가 났다는 말에 갔는데 시신도 별로 없이 이름만으로 주검을 확인했습니다. 돌아보니 해군장으로 장례했고, 지난 시간 동안 정신없이 지나갔고 하루 저녁 꿈처럼 오늘 이 자리에 있습니다.

  돌아보니 폭발로 사고 현장 여기저기에 흩뿌려진 태훈이와 동료들의 시신 일부라도 더 찾기 위해 멍하게 돌아다녀야만 했고, 국가에서는 현충일 초청, 국가 보훈자, 연금, 보험, 사망보험금 등으로 최대한의 예우를 갖추었다고 합니다. 부모와 달리 자식의 죽음 앞에서 아들의 흔적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것들을 버리지 못하고 모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하나하나를 볼 때마다 울기만 합니다. 음식을 앞에 놓고 더 이상 아들이 먹을 수 없고, 부모로서 더 이상 먹일 수도 없다는 생각에 목이 잠기어 버리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이 명복을 빈다고 하시면서 위로해 주었지만, 지금까지도 내가 왜 위로를 받아야 하지 하는 생각이 앞섭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 꿈이었으면 하지만 현실을 자각하면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해주지 못했던 작은 일상의 하나하나가 기억이 떠오르고 앞으로 해 줄 수 있는 일들이 너무나 많은데도 아들을 먼저 보낸 것에 대해 자신을 스스로 자책하게 만듭니다.

  15일 보훈연금 2백이 입금되었습니다. 25일에는 순직 연금 23십이 입금됩니다. 이 돈이 입금될 때마다 평생 울 듯합니다. 나라에서는 최고의 예우를 했다고 하는 데 저는 이러한 돈들이 너무나 밉고 야속하기만 합니다.

 

  너무 오래되어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비행기이고, 추락 장면에서도 조종이 아니라 기체 결함이라고 전문가들이 말하지만, 해군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다시 그 비행기를 띄우고 있습니다. 세월호, 이태원사고 등에서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함을 사회가 인식하고 발전시키지만, 군에서의 사고로 죽은 자들은 나라를 위해 희생했다라는 논리와 예우를 다했다라는 식의 가치관으로 덮고 반성과 변화, 처벌도 없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다시 같은 일을 반복합니다. 그리고 다시 사고가 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식의.

 

  84일과 7일에도 현장에 가 봤습니다. 추락 사고 현장은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은 곳이 되었고 폭발해 풀숲으로 떨어져 있을 우리 애들의 시신 일부라도 찾으려고 헤맸습니다.

  근육이 녹아 있는 듯한 것, 군복 단추에 함께 달려 있어 혹시 신체의 일부일 듯한. 끝부분이 타서 확인해 보니 군화의 일부분. 피 묻은 헝겊 등등

  저 땅을 전부사서 하나하나 다 찾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고...

  아들아 미안하다.. 하늘나라 가면서 시신도 멀쩡하게 보내지 못하고 여기 저기 버려지게 만들어서.....  정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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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6

내침이나맞아라님의 댓글

참 슬픔을 어찌 말을 할수가 있을까요..
 자식먼저 보낸 부모맘... 아무도 달래줄수가 없죠..

고이태훈소령아빠님의 댓글

고맙습니다.
 사고 이전에도 폐기되어야한다는 주장이 많았고
 실제 사고가 났음에도 군의 변화가 전혀 없이 그 비행기들은 지금도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또 떨어져도 달라지는게 없다는 것이 가슴 아픕니다.

닥풀이님의 댓글

삼가 고인의.명복을 빕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신 아드님과 그 부모님들 덕분에  저희가 오늘도 평안한 삶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을 그누구도 헤아리지 못하겠지만 댓글로나마 위로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오래 오래 그 헌신과 삶을 잊지않고 기억 하겠습니다.

고이태훈소령아빠님의 댓글

사고 이전에도 이런 상황을 많이들 알고 있었지만 혹시나 애들에게 피해가 갈까 싶어 함부로 이야기 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도 그 비행기는 날고 있고 비행 승조원이나 그 부모들은 언제 또 떨어질지 불안하지만 그 누구도 함부로 말할 수가 없습니다.
 조만간 사고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비행기에 문제가 있었다고 하지만 사고결과도 나오기 전에 다시 비행을 시키는 것으로 봤을 때 결과도 예측이 됩니다. 조종사과실,, 알수 없는 원인...그리고 일상으로 다시 돌아갈 것입니다.

제로칼로리님의 댓글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자식을 먼저보낸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기 어렵지만 그래도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고이태훈소령아빠님의 댓글

고맙습니다.
 지금 마음이 더 아픈 것은 사고가 난 비행기가 기체결함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인데도 그 비행기를 바로 날리고 있습니다.
 거기에 탄 10여명의 승조원들은 얼마나 불안하겠습니까?
 그 원인을 밝히고 그들의 안전을 배려하지 않는 군을 우리가 얼마나 믿어야 할 지 걱정입니다.

도치얌님의 댓글

아버님 글을 볼때마다 슬픔과 분노라는 감정이 같이 생기는건 저만이 아닐것입니다.충분히 예방할수 있는 사고였는데도 인간은 설마라는 단어의 유혹에 약해지더군요. 그 어떤 위로도 소용없겠지만 이 글을 읽은 저라도 항상 마음깊이 기억하겠습니다.

고이태훈소령아빠님의 댓글

고맙습니다.
 아들의 죽음이 남은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어야 하는데
 기체 결함이라는 대부분의 견해에도 그 비행기에 승조원을 태워 비행기를 띄우고 있습니다.
 군도 중요하지만 그를 지탱하는 군인에 대한 배려는 없는 것 같습니다.

사랑하고싶다님의 댓글

글을 읽고있는데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아드님 꼭 좋읏곳에가시길 바랍니다.
 삼가고인의명복을빕니다.

사랑합시다님의 댓글

부모를 보내는 자식의 마음도 헤아리기 쉽지 않은 슬픔이지만서도 자식을 보내는 부모의 슬픔에는 비교할 수도 없죠.
 
 그래서 내리 사랑이란 말이 있는가 봐요.

부엉이인력님의 댓글

뭐라고 드릴 위로의 말이 도무지 생각나지 않습니다.
 도대체 어떤말이 위로가 될까요?
 자식키우는 같은 부모의 마음으로 그저 아픔만 같이 간직하도록 하겠습니다.
 힘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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