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배드림 베스트글 보관소
× 확대 이미지

제가 이기적인걸까요?

컨텐츠 정보

본문

저는 이제 40대초반의 여자입니다.

저는 아주 꼬꼬마(4살?) 즈음의 기억부터가 술마시는 아빠, 엄마와 오빠(4살많은)를 무차별하게 때리는 폭군아빠가 시작입니다.

정말 일주일에 하루를 그냥 넘어가는 날이 없을 정도로 지옥같은 삶을 살았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빠는 저를 때리시진 않았지만 집안의 물건을 부수고 오빠와 엄마를 때리는 모습을 늘 지켜보며 혹시 나도 맞을까 하는 불안속에 자랐습니다.

 

저희 오빠는 유난히 왜소하고 작았습니다. (매일 맞고 울다 잠드는게 일상인 아이가 왜소했던건 어쩌면 당연했을지도..)

초등학교때의 기억이라곤 매일 싸우는 부모님, 엄마도 어지간히 맞고 살다보니 나중엔 아빠가 술 취하면 도망을 가시더군요.

술이깨면 거짓말처럼 얌전하셨어요. 물론 낮에 몇시간 뿐이지 저녁이면 다시 술마시는게 일상이니 멀쩡한 시간은 겨우 오빠나 내가 학교에 있는 잠시였겠죠. 

근데 문제는 엄마가 술취한 아빠를 피해서 잠시 도망을 가면 결국 그 폭력은 오빠에게 똑같이 가해졌어요. 

지금같은 세상엔 정말 철컹철컹 하고도 남을 일이지만 망치,테이블, 의자 심지어 11살 짜리를 밧줄에 몸을 묶어놓고 옥상에서 때리는 것도 봤습니다. 때리다 술기운에 잠든 아빠, 그 폭력을 피해 피신한 엄마, 이유도 없이 묶여서 맞다가 넘어진 채 일어나지도 못하고 옥상에서 울고있는 오빠, 그런 오빠를 풀어주겠다고 7살이던 저는 울며 가위를 찾으러 주방을 헤메던 기억이 지금도 생각만하면 눈물부터 뚝뚝 흐릅니다. 

 

그 작고 어렸던 오빠는 그렇게 고등학생이 될때까지 폭력을 견디며 자랐고 그나마 그때부터는 아빠의 폭력으로부터 저를 지키기 위해 늘 든든히 있어줬어요. 20살이 되니 오빠는 독립도 가출도 아닌 그냥 집에서 아주 먼 곳으로 가 연락이 끊겼어요.  

저는 그때 막 고등학교를 들어간 시기였는데 그 와중에 부모님은 보증과 사업의 위기로 부도가 나게 되었고 지금 생각해보니 부모님은 안그래도 멀쩡하지 않은 사람들이 더 정신이 나갔었던것 같아요. 

집도 넘어가고 부모님은 죽이니 살리니 싸우다가 빚쟁이들 독촉에 각자 숨어버렸더라고요.

어쩌면 엄마는 아빠의 폭력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엄하고 무서운 부모님 덕분에 외박한번 하지않고 17살까지 살던 저는 졸지에 친구들 집을 전전하며 학교를 갔고 결국은 빚쟁이들이 학교에도 찾아오는 일을 경험하고나니 더는 학교도 저한테는 안전한 곳이 아니었어요.

저는 자퇴하겠다고 담임선생님께 말씀드리니 부모님을 모시고 오라고 하시는데, 그때 정말 펑펑 울며 상황을 설명드렸어요

선생님이 유리병에 든 주스를 하나 주시면서 도장집에가서 아빠이름으로 도장 만들어 오라고...

그렇게 저는 혼자서 자퇴하고 눈치보며 이집하루 저집하루 떠돌다 아는 언니가 있는 부산으로 갔고 지내다가 이모를 통해 엄마와 연락이 닿았어요. 

 

그때만해도 저는 아빠가 없으니 폭력으로부터 또 갑작스레 경험하던 생활고로 부터 다 벗어난 줄 알았지요.

하지만 엄마는 마산의 어느 버스종점 마을에 방을 하나 얻어주며 여기서 살면 된다고 2만원을 주고 가더군요. 후에 알았지만 다른 남자분과 함께 살고 계셨어요.

무서웠던 세상에 또 다시 혼자 남겨지고, 당장 방세며 먹을것이며 모든것을 스스로 해야하는 상황이더라고요.

알바라도 해보려 했지만 경험도 없고 학교도 다니지 않는 미성년자를 써주는 곳은 정말 없었어요.

로바다야끼?라고 불리는 시내 맥주집에서  서빙으로 써주겠다고 해, 저의 첫 일자리가 되었어요.

시간은 오후4시~새벽4시 12시간 꼬박 일하면 하루에 2만원씩 현금으로 알바비를 지급해줬어요. 문제는 새벽4에 끝나면 종점에있는 집까지 가는 버스를 졸면서 또 기다려야 했지요. 그렇게 이곳저곳 알바를 전전하며 하루2만원인 일당을 조금 모아 멀지않은 낡은모텔에 장기투숙으로 방을 구했는데 그것만해도 천국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왜 죽는다는 생각을 못했는지 참 신기해요. 

60만원가량 되는 알바비로 방세 28만원, 라면한박스, 햇반 한박스 그것만 가지고 생활하기를 몇달을 반복하고 실내에서 몰래 가스버너 쓴다고 쫒겨날 위기도 여러번 있었네요ㅎ

몇개월만에 300정도 모아서 작은 원룸을 처음으로 구해서 이사도 했어요.

그러다 오빠 친구를 통해 오빠와도 연락이 닿았는데 전화가 없었던 저는 오빠한테 메일을 받았어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는 가슴아픈 이야기 " 나는 부모도 가족도 없다, 그저 내가 버는 돈만이 나를 위로할 뿐이다. 오빠 없다고 생각하고 살아라" 그게 다였어요. 상처투성이인 오빠가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그래도 그렇게 버티고 살다보니 성인이 되고, 성인이 되고나니 알바했던 경험으로 옷가게에 정직원으로 취직도하고..

그렇게 살다 지금의 남편을 만났어요. 감사하게도 남편은 너무 좋은 사람이에요. 

남편과 혼인신고를 하고 첫 아이를 가지며 엄마와도 자주 연락하며 지냈어요. 그러다 어느날 오빠가 교도소에 가게 된 연락도 받고.. 편지를 주고 받으며 오빠에게 첫 조카의 얼굴을 보여주러 아기를 안고 면회도 갔었네요. 벌써 20년이 다 되어가는 이야기네요.

 

오빠는 지금 타지에서 사업을 크게하고 또 잘 해나가고 있어요 너무나 감사하게도 좋은 새언니 만나 아이도 4명이나 있고요ㅎ

경제사정은 언니를 통해 들어보면, 많이 벌어도 워낙 가족이 많다보니 나가는게 많아서 그리 넉넉하지는 않다고해요.

저랑 친구처럼 거의 매일 통화하고 자주 만나며 지내요. 

아빠와는 17살 이후 몇번 통화만 했고 만난적은 없어요. 

엄마는 같이 사시던 분과 헤어지고 혼자 사시는데 오빠집과 저희집 중간쯤 사시면서 오빠식구들과 저희식구들을 자주 만나긴해요, 오빠가 사업을 자리 잡기전엔 늘 오빠를 한심하게 여기고 도와주기는 커녕 오빠의 어린시절에 대한 사과도 없고 온통 자기 합리화 뿐이더라고요. 자기는 최선을 다해서 우릴 지켰다고!

어릴적 우리 남매의 상처는 정말 우리 둘만 아는 이야기 같아요.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는게 이런걸까요?

 

오빠랑 저는 둘 다 공황장애, 불안장애등 정신과 질환으로 오랜기간 병원을 다니면서도 아무렇지 않은척 씩씩하게 살아요.

나중에 알고보니 오빠는 저보다 훨씬 긴세월을 치료중이더라고요.

문제는 최근 몇년 사이에 엄마가 오빠와 저한테 바라는게 과해진다고 느끼는 마음이에요.

매월 저나 오빠는 옷이며, 필요한 물건들이며 용돈이며 각자 적지않은 금액을 쓰고 있어요.

저는 넉넉하지 않아도 엄마에게 저의 할 도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엄마가 알아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내가 해줄 수 없는 정도를 요구하면 쌓여있던 감정들이 올라와 한동안은 생활하기가 힘들정도로 분노가 치밀어요.

그래도 아직까지는 엄마 상처주기 싫어서 혼자 꾹 참고, 오빠랑 통화하며 서로가 서로를 다독이고 넘어가는데 이러다 언젠가는 정말 엄마가슴에 못을 박겠다 싶을만큼의 분노가 있어요.

 

오빠는 정말 착하고 속이 깊은사람이에요. 본인이 조금 힘들어도 버거워도 엄마가 하고싶은건 다 해주려고 노력하고 어릴적 상처나 마음에 있는 원망은 절대 입밖으로 꺼내지않아요.

저는 세상에서 저희 오빠가 가장 불쌍하고 생각만해도 마음이 아픈데, 왜 부모인 엄마는 그런마음을 갖지 못할까요?

최근일을 하나 예를들면,

엄마집에 있는 테이블을 바꿔야겠다 하시길래 새언니가 "어머니 그건 제가 사드릴게요" 하며 20~30만원대의 테이블 디자인을 몇개 보여드렸어요. 그러는 언니한테 저는 늘 감사해요. 

그런데 엄마는 혼자 덜컥 대형가구매장 여러군데를 돌며 마음에 드는제품 사진을 가지고 와서 오빠에게 보냈는데 150만원짜리 더군요. 

새언니 보기도 너무 미안하고 부끄럽고, 오빠가 느꼈을 마음을 생각하니 저는 정말 너무 화가 나는거에요.

그와중에 엄마는 저한테 와서 하는말이 오빠가 안사주면 니가 좀 보태라고..

오빠는 저녁에 전화와서 하는말이 그냥 빠듯해도 해드리는게 본인이 마음이 편하다고 웃으면 말하는데..

그런 오빠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어서 저는 또 무리한 지출을 하게되고, 말하지 않아도 남편에게 미안해지고.

 

저는 정말 엄마가 너무나 싫습니다. 

최소한의 양심도 없다고 느껴지고 왜 자식들을 이렇게 힘들게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저도 아들 딸을 키우는 엄마이지만, 정말 나 하나 덜 입고 덜 먹고 아이들 주고 싶은게 너무나 당연한 본능처럼 느껴지는데 왜일까!? 저렇게 나이들어가는 엄마가 저는 너무 무섭고 버겁고 오빠한테 미안하기까지 할 지경입니다.

엄마한테, 슬쩍 " 엄마, 자식들이 뭐든 해주면 고마운 일이고 능력이 안되서 못해주면 그런가보다 해" 했더니 "너는 막내라서 그런지 인정머리가 없어 원래" 라고 합니다.

정말 제가 이기적인걸까요?

 

소름끼치게 무서운건 이런 엄마로부터 도망칠 구멍이 없겠구나 라고 느껴지는 무력감인것 같아요.

자식인 죄로, 얼마나 더 마음 다치고 경제적 책임을 지고 넉넉하지 않아 다 채워주지 못하는 가슴아픈 속까지 앓아가며 살아가야 하는 걸까요?

이런 마음을 갖는 제가 정말 나쁜것 같기도 하네요... 

문득 너무 버겁고 힘들어서, 하소연이라도 하고싶은 마음에 시작한 글이 정말 신세한탄의 장문이 되었네요.

혹시라도 봐 주신분이 계시다면 감사합니다.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1,116 / 18 페이지
번호
제목
이름
  • Today 3,290 명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