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이는 죽었고, 어른들은 지웠을까요?
본문
안녕하세요.
저는 2023년 10월 9일,
초등학교 6학년 딸을 잃은 엄마입니다.
저희딸은 같은 학교, 인근학교 친구,언니들로부터의 따돌림과 모욕, 외면 속에서 버티다 버티다,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학교 근처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고,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죽고 난 이후의 현실은 더 잔인했습니다.
저는 아이가 왜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어떤 고통 속에서 살아왔는지를 하나하나 직접 밝혀야 했습니다.
-> 유서가 있었지만, ‘다툼일 뿐’이라는 결론
2023년 3월,
아이의 방에서 유서가 발견됐습니다.
그 유서에는 누가, 어떻게 따돌렸고, 어떤 말들이 저희아이에게 상처를 줬는지가
이름까지 포함되어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습니다.
저는 그 유서를 학교에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아이가 더 다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학교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학교는 유서 내용에 대한 조사나 조치는 하지 않고,
아이들을 억지로 한자리에 앉혀 화해시키는 것으로 끝냈습니다.
그리고 몇 달 뒤 열린 학폭위는
“친구들과의 단순한 다툼이었다”며
피해자가 사망해 진술이 없다는 이유로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렸습니다.
-> 학폭 경험 체크? 학교는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2023년 초 건강조사및 응급환자 관리 안내 서류에 “최근 1년 내 학폭 경험 있음”에 체크했습니다.
그런데 학교는 학부모에게 어떤 연락도 하지 않았고,
졸업식날 그 서류는 폐기 처리되었다고 말했습니다.
담임은 아이의 이상행동을 여러 차례 목격하고도
“사춘기라 그래요”라는 말을 했고, 또 다른반 담임은 다른 학부모에게
저희아이는 비행청소년이고 같이 어울리지 마라고 했다고 합니다.
병원연계서류에는 교우관계는 빠져있고 아이의 비행문제와 우울증만 표시되어있었습니다.
-> 상담 기록은 ‘없는 날’에 만들어졌습니다
정보공개청구로 받아본 자료에는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은 날, 존재하지도 않은 상담 기록이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그 상담기록에는 학폭 정황보다 ‘가정에서의 갈등’을 부각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학교 측은 “실수였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문서는 학교가 책임을 회피하는 방패로 사용됐다는 의심이 들게했습니다.
-> 졸업앨범에서 얼굴이 사라졌습니다.
아이의 친구들이 앨범을 받던 날, 저도 딸의 졸업앨범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의 앨범과 유족에게 건넨 앨범은 달랐습니다.
친구들의 앨범 안엔 저희아이의 얼굴이 없었습니다.
사진이 통째로 삭제되어 있었고, 단체로 찍은 사진에 아이를 사라지게 만들어놓았습니다.
이유는 듣지 못했습니다.
뒤늦게 학교는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전문 상담사 자문을 받아 삭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결정은 유족에게는 한 마디 상의 없이 이루어졌습니다.
그 어떤 통보도 없었고, 설명도 없었습니다.
-> 아이가 사망하자, 학교는 ‘침묵’을 요청했고 담임은 사라졌습니다
아이가 사망한 다음 날, 학교는 학부모들에게 다음과 같은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저희 학교에 사망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와 관련된 어떤 이야기들도 자녀들 앞에서는 삼가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 문장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이의 죽음 앞에서 ‘진실을 말하지 말라’는 요청.
이건 단순한 배려가 아니라, 침묵을 강요하는 분위기로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담임교사는 사망 이후 두 달 동안 학교에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그 시간 동안 어떤 설명도, 진심 어린 사과도 없었습니다.
학교는 여전히 “우리는 할 만큼 다 했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 경찰 수사는 ‘시작도 안 됐습니다
경찰은 아이의 휴대폰을 확보하지 않았고,SNS 대화내용, 친구들의 따돌림 정황이 담긴 DM도 증거 불충분으로 넘어갔습니다.
제가 CCTV 열람을 요청하자, 수사관은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cctv 못보여줘요. 잘 모르면 자기가 아는 상식선에서 따지려 하지 말고, 변호사한테 물어보고 오세요.”
그리고 또다른 수사관은 “형사처벌대상만 수사하는데 형사처벌 할 증거를 찾지 못했어요.”
아이가 사망하고 5개월뒤 내사종결, 정식고소장제출 후 6개월뒤 불입건결정, 수사심의이의신청 3개월뒤 수사심의위원회개최 기각됐고, 수사심의위원회는 회의록조차 남기지 않았다고 합니다.
‘절차는 밟았지만 기록은 없다’는 말만 남았습니다.
-> 교육청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교육청에도 수차례 민원을 넣고, 정보공개를 요청하고, 상담 내용을 따졌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이런 말뿐이었습니다.
“학교는 전문상담사의 자문을 받아 판단한 결과입니다.”
“절차상 문제는 없습니다.”
“유족의 일방적 주장입니다.”
“학교는 할 만큼 다 했습니다.”
“학교는 적절한 조치를 다 취했습니다.”
-> 극단적 선택의 원인을 '우울증'으로만 남기지 마세요
저희아이 사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교육청은 저희아이의 죽음을 ‘우울증에 의한 극단적 선택’으로 분류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압니다.
아이는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했고, 괴로움을 반복해서 말했으며, 그 기록이 유서로, DM으로, 수많은 흔적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학교는 책임을 피하고, 경찰은 외면했고,
결국 교육청은 ‘우울증’이라는 단어 하나로 아이의 죽음을 정리했습니다.
이게 단지 우리아이만 그랬을까요? 의문이 듭니다.
하지만 진실은, 아이는 우울해서 죽은 게 아니라,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해서 죽은 것입니다.
아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할 때, 왜 그 아이의 목소리보다 시스템의 편의가 먼저 기록되는지
이제는 우리 모두 질문해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 저에게 사람들이 말합니다.
“이제 그만하라.”
“남은 아이들이라도 잘 키워라.”
“집에서는 뭘 했냐.”
하지만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한 아이가 죽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습니다.
침묵한 학교, 피한 교육청, 외면한 경찰이 있었습니다.
그 책임을 엄마에게만 묻지 마세요.
이건 한 가족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외면한 결과입니다.
이 글을 읽으신 분들께 부탁드립니다
제 딸은 단순한 가정 문제와 우울증으로 세상을 떠난 게 아닙니다.
친구들 사이에서의 따돌림, 배제, 조롱, 학교의 외면, 그리고 제도가 구조하지 않은 그 빈틈에서 사라졌습니다.
저희아이처럼 억울하게 사라진 아이가 또 생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관련자료
FuckingJapan님의 댓글
부디 따님의 억울함이 밝혀지길 바랍니다
사고가 생기면 피해자를 위로하는 태도를 보여야 하는데
쉬쉬하고 묻고 넘어가려는 태도는 언제쯤 없어질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