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촬영갔다가 울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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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은 본업
주말엔 웨딩홀 본식 서브촬영을 하고 있어요
사진찍는걸 좋아해서 피곤하진 않습니다
통상 본식 2시간전에 현장도착해서 메인작가님
만나고 혼주님 오시면 인사드리고 체크해야될
부분 체크 후 촬영을 시작하는데요
이날 신부님은 이쁘셨어요
게다가 손수 작가님들 걱정까지 하시더라구요
자기네가 너무 늦게 온거 아닌지, 시간 충분한지,
작가님들이 더 일찍 오셨던데 뭣하러 그리 일찍
오셨어요 더운데 천천히 여유있게 오시지
하면서 걱정까지 하시는 모습에 마치 천사가 따로
없었네요
촬영시작전,
신부님께서 '아버지가 안계셔서 삼촌이 오셨으니
신부측 부모님 단독컷은 찍지 말아주세요' 하셨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어머님이 몸이 불편하셔서 본식도
일부 절차가 생략될 거에요' 라고 하시더군요
이때까지만 해도 그냥 걸음걸이가 살짝 불편하시겠구나
싶었어요
양가부모님 모시고 신부대기실에서 사진을 찍는데
신부어머님....
몸이 불편하신 정도가 아니라 일상생활이 힘드실
정도로 안 좋으셨어요
바로 앞을 아예 못 보셨던 것...
양쪽 눈 모두 시력이 아예 없으셔서 말그대로
누군가의 도움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이실수가
없으셨어요
신부님 친언니분이 계속 옆에서 "엄마 오늘 너무 이뻐 한복도 잘 골랐다 하여간 엄만 옷 고르는 눈이 있어
우리엄마 너무 고우셔" 라며
북돋아주셨는데 그 모습을 보니 저도 모르게 갑자기
울컥 하더군요
순간 저희 어머님이 생각났기 때문이었어요
저희 어머님도 허리가 안좋으셔서 걸음걸이도
불편하시고 계단 오르내리는 것도 힘들어하십니다
그와중에 아들내미 아침밥 꼭 먹고 가라고 새벽에
달그락소리가 들리면 자다말고 일어나 불편한 몸
이끌고 아침밥 차려주시고...
일단 여기서 1차 울컥했구요
신랑 어머님, 신부 어머님 각각 따로 모시고 신부님이랑
찍는 타임이 있어요 이때 어머님이 신부님한테
'잘 살아라'하고 토닥거리는 장면도 찍는데 신부 어머님...
앞이 안보여 따님의 곱디고운 모습도 못 보시는데
시종일관 웃으시면서 나즈막한 목소리로 따님의 손을
꼭 붙잡고 "어유 우리 성미가 괜히 고생만 하네 가서
잘 살아 쑥쑥이(신부님은 참고로 이날 임신 20주차에
접어든 임산부)도 엄마 뱃속에서 잘 크게 항상 조심하고"
이러는데 왜 또 저는 울컥했는지....
매사에 이성적이라서 T발 소리 듣는 저조차 이날은
울컥했습니다
머지않아 태어날 첫 손주의 얼굴도 못 보실 신부 어머님.
앞을 못 보는 가운데 시종일관 미소를 지으며 작은 따님이
시집가서도 잘 살기를 바라는 모습을 보니 자나깨나
자식생각만 하는 저희 어머님 생각이 났네요
밖에 나가서는 일만 하는 스타일인데 이날은 왜 그리도
울컥하던지....
본식 촬영이 끝나고 근처 카페에서 자체적으로
사진 확인하고 집으로 오면서 차에서
god의 '어머님께'를 따라부르며 왔네요
가사중에 이런 내용이 있죠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딱 저희 어머님 얘기여서 더 와닿았습니다
한 때는 재취업문제땜에, 돈 문제 땜에
'이렇게 살 바엔 인생 리셋시켜버리자'는 생각도
했었는데요, 힘들땐 집에서 아들내미만 기다리는
어머님 생각을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4년전에 사석에선 저를 동생처럼 대하던 직장 상사분이
그러셨어요
'회사가 ㅈ같고 세상이 뭐같을땐 니네 어머니를
생각해라 뭐가됐든 니네 어머니는 항상 너 편이야
세상살면서 너 편이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건지
너도 살다보면 느끼게 될거야'
이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아들내미라 무뚝뚝에 시종일관 퉁명스럽게 대하지만...
몸도 불편하시고 재산도 자산도 아예 없으신 어머님을
생각하며 독하게 살아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